“땅의 일 하나님의 일”

31 바로 그 때에 몇몇 바리새파 사람들이 다가와서 예수께 말하였다. “여기에서 떠나가십시오. 헤롯 왕이 당신을 죽이고자 합니다.”

32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그 여우에게 전하기를 ‘보아라, 오늘과 내일은 내가 귀신을 내쫓고 병을 고칠 것이요, 사흘째 되는 날에는 내 일을 끝낸다’ 하여라.

33 그러나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나는 내 길을 가야 하겠다. 예언자가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

34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예언자들을 죽이고, 네게 파송된 사람들을 돌로 치는구나! 암탉이 제 새끼를 날개 아래에 품듯이, 내가 몇 번이나 네 자녀를 모아 품으려 하였더냐! 그러나 너희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35 보아라, 너희의 집은 버림을 받을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말하기를 ^③‘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다’ 할 그 때가 오기까지, 너희는 나를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다.”

설교요약

오늘 말씀은 바리새파 사람들이 예수님께 “여기를 떠나세요. 헤롯이 당신을 죽이려고 합니다”(31b) 말한 내용에서 비롯됩니다. 궁금하죠? 헤롯은 왜 예수님을 죽이려했을까요? 그리고 그 사실을 하필 바리새파 사람들이 예수님께 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헤롯은 로마 제국이 갈릴리 지역에 세운 분봉왕입니다. 분봉왕은 로마 제국에 세금 잘 바치고 식민지 지배하면서 민란이나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권력입니다. 그런데 이 헤롯 안티파스는 동생의 아내 헤로디아를 빼앗아 결혼했다가 세례 요한의 비판에 직면하자 그를 참수한 자입니다(마태14:1-12). 세례 요한만 죽이면 자신의 치부가 덮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수님이 그 바통을 이어 받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예수님 역시 세례요한과 동일하게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마태4:17)” 외쳤으니까요.

헤롯은 예수님을 세례요한이 환생한 이(누가9:7-9)로 여겨 불안했습니다. 또 헤롯은 예수님의 활동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 같다는 판단을 해 예수님을 죽이려 했을 것입니다. 다만 세례요한 참수 후 트라우마 때문에 예수님을 죽이는 일에 두려움을 가져 예수님을 자기 통치 영역 밖으로 보내려는 의도로 바리새파 사람들을 활용했을 수 있습니다. 바리새파 사람들도 예수님이 자신들의 기득권과 권위에 도전한다고 여기지만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 힘든 상황에서 헤롯의 의중을 넌지시 던져 예수님이 두려움을 가지고 떠나게 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대답은 훨씬 과격합니다. 헤롯을 ‘여우’라고 하십니다. 고통당하는 백성의 안위에는 관심 없고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일에만 열중인 헤롯을 포도원 이스라엘을 허무는 여우와 같은 존재로 보셨습니다. 예수님은 오히려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오늘과 내일은 내가 귀신을 내쫓고 병을 고칠 것이요 사흘째 되는 날에는 내 일을 끝낸다”(32b). 33절에서 한 번 더 강조하십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나는 내 길을 가야 하겠다. 예언자가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가시고자 하는 길을 헤롯이나 바리새파 사람들이 가고자 하는 길과 다릅니다. 예수님은 ‘하늘의 길’을 가시고자 하고 헤롯과 바리새파 사람들은 ‘땅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의 길을 걷고자 할 때에는 내일 그리고 그 다음 날, 예루살렘을 향해 가야한 하고, 그 길의 끝은 죽음의 길임을 아셨습니다. 만일 바리새파 사람들의 권고대로 예루살렘을 향하지 않으셨다면 죽음의 길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하늘의 일을 저버리는 결과를 낳았을 겁니다. “헤롯이 당신을 죽이고자 합니다”

우리에게 얼마나 두려운 말입니까? 이런 두려움 때문에 하늘의 길을 포기한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34절 말씀처럼 “예언자를 죽이고 파송된 사람들을 돌로 친 것”도 결국 눈에 보이는 이 땅의 일에 관심 갖고 지켜내느라 하나님의 뜻, 하늘의 뜻을 거스린 것을 말합니다. 이것을 극복하고 해결하는 길은 자신의 죽음 밖에 없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