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에서 방영된 ‘우리들의 블루스’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K-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각각 다운증후군과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서로 다른 발달장애인들 이야기지만, 두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들은 소위 장애를 극복하는 주인공의 인간승리에 주목하기보다는, 대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며 이해해가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이 드라마들이 대중들의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코로나19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펜데믹으로 인해 고립감이 심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마음의 거리도 멀어져 서로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우리 사이에 세워진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공감의 열망을 불러일으켜 준 것이죠.
이번 구역필독서 『소란스러운 동거』(IVP)도 이런 소통과 공감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박은영씨는 태어날 때 엄마 뱃속에서 태변으로 오염된 양수를 마셔서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크리스챤 여성장애인입니다. 상대적으로 경증의 장애를 가져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다녔던 저자는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을 일상의 이야기로 잔잔하게 또 감동적으로 풀어내었습니다.
읽다보니 이 책은, 꼭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 공동체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나님 나라로서의 교회는 같은 모습의 동질적인 사람들만 모여있는 집단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지체들이 서로를 받아주는(로마서15:7)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사랑과 하나됨을 이야기하는 교회 공동체에서, 나와는 다른 모습, 조건, 상황에 있는 이들과 얼마나 소통하고 공감하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름,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해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구역 식구들과 이 책을 함께 읽고 나눔으로 우리 구역과 교회, 그리고 우리가 속한 이 지역사회에 “하나님 나라”가 드러내는 소란스럽지만 아름다운 “동거”과 “하나됨”의 역사가 일어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