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는 금년부터, 한국교회가 100년 이상 지켜오던 맥추감사절을 중지하기로 하였습니다. 맥추감사절이 문제가 있거나 나빠서 중지한 것이 아닙니다. 현실적인 이유로 지금쯤 중지하는 것이 맞겠다 싶어 결정했습니다.
구약 성경의 절기는 다 감사의 절기입니다. 유월절은 이집트로부터 구원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절기입니다. 초실절(맥추절/오순절)은 첫 열매를 하나님께 바치는 절기입니다. 수장절(초막절)은 곡식을 다 거두고 난 후 감사 드리는 의미(초막절은 광야생활을 감사하는 의미) 절기입니다.
한국교회는 선교 초기, 감사절의 근거는 성경적 배경으로 시작되었으나 절기를 지킨 날은 성경적 절기 날짜보다는 미국의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을 근거로 지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없는 맥추감사절은 한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현재 미국교회를 비롯하여 다른 국가의 교회에서 맥추감사주일을 지키는 나라는 없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추수감사절이 우리나라의 쌀 추수와 연결하고, 보리 추수 후 성경에 등장하는 ‘맥추절’이라는 단어를 연결해 감사 절기로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맥추절이 등장한 배경에는 성경적 근거보다 한국교회 선교 초기의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 교회 초기에는 농경사회여서 실제 평상시의 수입이 별로 없어 지금 같은 월별 십일조 개념이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쌀 농사를 지으면 추수한 곡식의 십일조 혹은 상당량을 쌀로 바쳤습니다. 이 쌀의 봉헌이 추수감사절에 이루어졌고 그것으로 교회 살림을 지탱해왔습니다. 저희 세대만해도 추수감사절에 쌀을 바치는 풍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마찬가지로 보리 농사를 짓고 추수하면 수확한 보리를 교회에 바쳤습니다. 하나님께 감사할 뿐 아니라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리를 바치는 절기가 맥추감사절입니다.
우리는 이미 농경사회를 벗어나 추수의 의미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교회 헌금에서 감사절기의 비중보다는 십일조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그럼에도 농경시대의 방식으로 추수감사절과 맥추감사절을 지켜왔습니다. 절기에 대한 해석은 변했습니다. 맥추감사절은 반년 동안 지내온 것에 대한 감사, 추수감사절은 일년 동안 지내온 것을 감사한다는 의미로 지켰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감사를 자주해서 나쁠 것도 없구요.
그러나 유익하게 사용하던 것도 일정 시기 지나 의미가 퇴색되면 폐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농경사회는 아니지만 일년 한 번 감사절을 지키는 것은 감사의 의미를 새길 수 있다는 면에서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성경에서 맥추절과 수장절을 지키는 것처럼 우리도 맥추감사절과 추수감사절을 드려야 되는 것이 아니냐 생각하시는 분도 계신데, 성경적 의미는 한가지 농사(밀 혹은 보리)의 ‘첫 열매 바치기’와 ‘다 거둔 후 바치기’의 의미라 우리의 절기와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오랫 동안 의미있게 지켜온 절기지만 이제는 현실적인 이유로 중지하고 추수감사절 한 번에 온 마음을 모아 감사를 드리는 것이 옳다 여깁니다. 절기헌금 한번 덜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 깊이 담은 한 번의 감사절을 위해 중지한 것입니다.